
네놈의 승산은 얼마지? 천분의 일인가? 만분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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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더

GENOCIDER / GENOCIDER
온환희 / Hwan Hui On / 온환희
18세 / 8월 15일 / 173.4cm / 63kg / RH+B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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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특징
+) 00. SKR-34
그는 이 질환의 증상이 상당히 미약한 축에 속한다.
아쉽게도 스스로 완치되지는 않았기에 가족의 안전을 위해 따로 떨어져 살고 있었다.
+) 00. SKR-34
그는 이 질환의 증상이 상당히 미약한 축에 속한다.
아쉽게도 스스로 완치되지는 않았기에 가족의 안전을 위해 따로 떨어져 살고 있었다.
과거사
※ TRIGGER WARNING! ※
본 문단 내에는 가정 내 정신적·신체적 폭력에 대한 직·간접적인 묘사와, 폭력 및 상해에 대한 묘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와 같은 사항들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숙지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이를 미화하거나 옹호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것을 명백히 밝힙니다.
온환희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평범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위의 문장은 전혀 틀렸다. 터무니없는 소리. 만일 이를 듣는다면 지나가는 개가 웃을 정도의 헛소리.
처음부터 그의 인생에는 순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마치 절망에게 사랑받는 인간인 것처럼. 그에게 가장 처음 존재했던 비운을 짚어보려면 한참을 돌아봐야 한다.
온환희는 꽤 멀쩡해 보이는 가정에서 태어나 괜찮은 유아기를 보냈다. 순탄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이야기했으면서 앞의 문장은 도대체 무엇이냐 묻는다면, 아마도 폭풍전야의 고요
정도로 치부할 수 있겠지. 유아기가 지나면서, 그가 지낸 '꽤 멀쩡해 보이는 가정'은 붕괴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새 아버지가 집 안에 발을 들인 시점부터. 그의
새아버지는 아내에게 한없이 상냥하고 다정했으면서도 그 자식에게는 끝없이 잔인했다. 으레 그렇듯 이미 자리를 잡은 가정에 들어온 구성원은 그 속의 약자를 괴롭혔다.
그 대상이 열 살 즈음의 온환희였던 것이고. 그에게 더욱 더 끔찍했던 것은, 어머니의 앞에서는 너무나도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안아주었던 것이었다. 옷 아래에 푸른 멍을 숨겨놓은 줄을 모르도록. 환희의 어머니는 그다지 매정한 사람이 아니었고 오히려 다정한 사람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동화되기라도 한 건지 어느샌가부터 모른 척을 하기
시작했다. 여태껏 그는 부정했으나, 빛이 드리운 방문 사이로 제 어미의 표정을 본 순간부터, 어린 나이에 그는 인정해야만 했다.
그에게 비로소 절망이 찾아왔노라고.
빌어먹게도 그의 부모는 철저해서, 절대로 그 자국이 보이지 않도록 얼굴, 팔, 다리, 목은 피해가며 가했고 그가 고학년이 되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멀쩡하다는 듯 그를 학교에
보냈다. 얼핏 알아채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었으나, 가끔 학부모가 학교에 방문하고 난 뒤에는 그런 의심이 싹 가신 듯 했다. 그 오랜 시간동안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지, 어린 나이의 그는 알지 못했으니 결국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버티는 것 뿐이었다.
억겁처럼 느껴졌던 시간이 끝날 기미가, 희망이 보인 것은 새아버지가 온 지 꼭 4년 째였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장 처음으로, 가장 명확하게 그에게 괜찮냐, 고 질문한 이가 생긴
것이었다. 간단한 질문이었음에도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고, 그로써는 간절했던 말이었기에. 그에게 질문한 이의 이름은 두 학년 선배인 박휘찬이라고 했다. 그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그 이름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백마 탄 왕자님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당장 털어놓지 못함이 못내 아쉬웠으나 그는 선배의 이름을 듣고, 학번을 알아내고
헤어졌다. 집에 가는 길이었으니 내일 이야기하자 하면서. 그에게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에 안쓰러워하던 휘찬을 되뇌이며 그는 하교길을 걸었더랬지.
또래 아이들은 학교를 지독히도 싫어했지만 그는 매일, 하루에 단 여섯시간 뿐인 곳으로 향하는 것을 영원처럼 기다렸다. 마찬가지로 그곳에서도 잘 지내는 것은 아니었으나 단연컨대
집안보다는 나았다.
다음 날, 그는 휘찬에게 많은 것을 터놓았다. 이야기하는 와중에 그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으나 되려 그가 휘찬을 위로해주는 꼴이 되었다. 속내가 넓은 것도 아니었건만 몇십분을, 학교의 비상계단에 앉아서. 이후로 그는 내내 휘찬과 함께 다녔다. 등교길, 하교길, 점심시간... 가끔은 수업을 빼먹기도 했다. 환희와 두 학년이나 차이가 났지만 휘찬은 개의치 않았다.
가끔은 그 자신의 친구를 데려오기도 하면서. 온환희는 박휘찬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른다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새 학년의 말이 다가왔고, 함께 휘찬의 졸업도 다가왔다. 휘찬의 졸업은 곧 옆자리의 부재였다. 한번 행복을 맛보면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된다고 하던가.
딱 그 꼴이었다. 휘찬도, 휘찬의 친구도 전부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끝, 남아있는 것은 점점 옅어지던 멍자국이 다시 진해지는 것 뿐일 터다. 한순간 품었던 행복이 더럽혀지는 느낌이 들었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서, 어느샌가 졸업식 당일까지 와 있었다. 그는 그 날짜를 달력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할 수 있는 것은 그 날을 달력에서 오려내는 것
뿐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오려낸 날을 찢고 뜯어서 속으로 삼켰다. 물론 들켜버리는 바람에 죽을 듯이 걷어차였지만. 어떻게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학교로 향했다. 마지막까지 헛된
희망을 맛보고 싶어서, 어떻게든 미련을 덜어내고 싶어서 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음에도 발걸음은 점점 빠르게 학교로 달려갈 뿐이었다. 마침내 도착했을 때에는 모든 행사가 끝난
뒤였다. 학교에 남아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라고 생각했던 그 때, 그의 눈에 한 인영이 비쳤다. 연하게 내리앉은 저녁 노을 사이로 보이는 익숙한 사람. 붉은 머리카락과 붉은 눈까지. 전부 그가 아는 박휘찬이었다. 분명 졸업식은 한참 전에 끝났을 텐데. 온환희는 흔들리는 머리로 생각했다. 한참을 맞다가 뛰어오는 바람에 온 몸이 휘청거렸고 사고조차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다만 오래 생각할 것은 없었던 것이, 휘찬이 그에게 기다렸노라고, 졸업식이 끝날 때까지 오지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는 지는 아느냐고,...
그는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혹여나 그의 행복이 이미 끝나 있을 까, 다시 돌아가야 할 까, 구원이 사라질까 불안해했던 것들을 한꺼번에 내려놓으면서. 휘찬은 환희에게 집에서 나오라고 이야기했다. 제 부모님께 전부 말씀드렸다고, 이제 자신의 집에 머물러도 된다고, 더 그렇게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고. 그는 그쳤던 눈물을 다시 떨굴 수 밖에 없었다. 그에게는 꿈만 같은 말이었고 언제나 바래왔던 것이었으니까. 그제서야 모든 것이 괜찮다는 말이 휘찬의 입 바깥으로 허락처럼 떨어졌다.
이후의 일은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맞아떨어졌다. 왜 집을 나갔냐며 휘찬의 집에 찾아온 환희의 부모는 하나씩 조목조목 따지는 휘찬의 부모님에게 한 마디 하지 못하고 돌아갔고, 휘찬의 부모님은 환희를 그들의 자식마냥 대했다. 휘찬이 불평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그 뒤의 일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다른 학교의 체육 수업 도중 재능을 발견한 뒤 휘찬의 설득과 도움으로
히어로를 모방해 조금씩 재능을 발휘하며 일사천리로 플로렌스 자격 테스트를 치뤘다. 결과적으로 플로렌스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고.
허나 그리 순탄히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여러 범죄를 제압하다 보면 커다란 세력까지 건드리게 되는 법이었다. 단지 실수였다고 해도 갱단이라는 존재가 그걸 편하게 봐 줄 리도 없고
말이다. 그리고 그 보복으로 되려 당한 것은,
당사자인 온환희가 아니라 박휘찬이었다. 아마 그는 제대로 된 판단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던 것을 모두 멈추고 당장 본부로 달려간 것을 본다면.
경찰이 그 사실을 알아채고 뒤늦게 출동했을 당시 환희가 쳐들어간 갱단 본부는 이미 전멸 직전에 놓여있는 상태였고, 겨우 남아있는 인원도 행동불능이었다. 피비린내가 온 곳에 진동했고 그 가운데에 있는 것이 다름아닌 그였고. 의심의 여지 없이 그가 행한 행동이었음이 분명했다. 물론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홀로 백 명에 가까운 인원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는지, 심각한 상태였지만.
이후 갱단에 각국의 많은 재계인사가 엮여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그들은 이를 쉬쉬하고 조용하게 덮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언론을 통제하고 경찰에서도 새어나가는 것을 막았으며 갱단원들을 모조리 투옥함으로써 마지막까지 목격자들을 없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이와 동시에 그가 행한 일 또한 같이 묻히는 것으로 끝이 났다.
결론적으로 갱단은 전멸했다.
휘찬이 죽은 것은 진상과 함께 은폐되었고, 그의 부모님에게도 마찬가지로 전달된 것은 사고사라는 통지서 단 한 장이었다. 온환희는 한참이 지나서야 생각했다. 그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었다. 아무리 합당한, 어쩌면 과할지도 모를 처벌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휘찬은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올 리가 없지. 환희는 자신이 버려질 것이라 생각했다. 대체 어느 부모가 아들이 데려온 이를, 아들이 죽은 뒤에도 내버려 둘까.
헌데 그것은 그의 착각이는지, 아니면 유별나게 휘찬의 가족이 상냥한 것인지, 휘찬의 자리를 대신하듯, 그에게 더욱 더 애정을 쏟았다. 물론 그럴수록 커지는 것은 환희의 죄책감이었다. 마치 그 자리에 앉기 위해 원래 주인을 치워버린 것 같이 보였다. 그의 탓이 아니라고 휘찬은 말했겠지만 전해질 리도 없지 않겠는가? 그때부터 그는 휘찬의 방에 있던 히어로 영화를 전부 찾아보기 시작했다. 휘찬이 히어로를 좋아했기 때문에 자신이 히어로가 되었다는 사실을 되뇌이면서. 결국 본질과 과정은 달랐지만.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얄팍한 시도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영화와 현실을 너무나도 달랐지만 그것이 그가 유일하게 위안을 얻는 곳이었다. 가끔은 그와 같은 유년시절을 보낸 히어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는 여전히 이유없는 정의를 구현해내야 했다. 단지 그의 은인이자 구원자가 원했다는 것을 유일한 의미로 삼은 채.
환희(歡喜)를 향한 절망(絶望)과 비운(悲運)의 사랑은 생각보다 집요했다.
소지품
검은 십자가 귀걸이 한 짝.










